PDF 도면에서 필요한 부분만 협력사에 배포하기
2026-07-17 · 약 7분 분량
도면 전체를 그대로 보내면 안 되는 이유부터, 필요한 부분만 추려 지시사항을 붙여 배포하는 실무 흐름까지 정리했습니다.
도면 전체를 그대로 주면 안 되는 이유
협력사에 어떤 부위의 가공이나 검사를 요청할 때, 가장 편한 건 도면 PDF를 통째로 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이렇게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럿 있습니다.
첫째, 기밀입니다. 조립 도면 한 장에는 그 협력사가 알 필요 없는 다른 부품의 형상, 치수, 재질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심하면 다른 협력사가 납품하는 부품 정보까지 노출됩니다. 우리가 무심코 보낸 도면이 경쟁사로 흘러갈 위험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둘째, 혼선입니다. 50페이지 도면을 통째로 보내면서 '3번 부위 확인해 주세요'라고 하면, 상대방은 어디를 봐야 할지 찾는 데만 시간을 씁니다. 엉뚱한 부위를 보고 회신하는 일도 생깁니다. 정보가 많다고 소통이 잘 되는 게 아닙니다.
셋째, 버전 혼란입니다. 전체 도면을 여기저기 뿌려두면 나중에 도면이 개정됐을 때 누가 어떤 버전을 갖고 있는지 통제가 안 됩니다.
1단계 — 필요한 페이지만 추출
가장 먼저 할 일은 도면에서 해당 협력사에 필요한 페이지만 골라내는 것입니다. 50페이지 중 실제로 보내야 할 건 2~3페이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PDF 분리 기능으로 페이지 범위를 지정해 추출하면 됩니다. 이것만으로도 기밀 노출 범위가 크게 줄고, 받는 쪽도 볼 것만 보게 됩니다.
다만 페이지 단위 추출로는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한 페이지 안에 여러 부품이 함께 그려져 있으면 페이지를 통째로 보내는 순간 다른 부품 정보도 같이 나갑니다. 이럴 때 다음 단계가 필요합니다.
2단계 — PPT를 경유해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지시사항 붙이기
실무에서 자주 쓰는 방법이 PPT를 중간 도구로 쓰는 것입니다. 도면 PDF에서 필요한 부위만 캡처하거나 이미지로 붙여 넣고, 그 위에 화살표·원 표시·설명을 얹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필요한 부위만 남기니 나머지 정보가 자연스럽게 제외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기를 이렇게 해주세요'라는 지시를 도면 위에 직접 표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로 백 마디 설명하는 것보다 화살표 하나가 정확합니다.
PPT에서 작업한 뒤에는 반드시 PDF로 변환해서 배포하세요. PPT 원본을 그대로 보내면 상대방이 수정할 수 있고, 폰트가 없어 레이아웃이 깨질 수도 있습니다. PDF로 고정해서 보내는 게 원칙입니다.
다만 캡처 이미지는 확대하면 뭉개집니다. 치수를 읽어야 하는 도면이라면 충분히 크게 캡처하고, 배포 전에 확대해서 숫자가 읽히는지 확인하세요. 치수를 잘못 읽어 불량이 나면 그 책임 소재가 애매해집니다.
3단계 — 배포 전 마지막 점검
가리기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세요. 필요 없는 부분을 검은 사각형으로 덮어놓고 안심하는 경우가 있는데, 도형을 얹은 것뿐이라면 상대방이 그 도형을 지우거나 텍스트를 복사해서 아래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확실히 가리려면 가린 상태를 이미지로 만들어 붙이거나, 애초에 그 부분이 없는 자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도면 번호와 개정 번호가 보이는지 확인하세요. 발췌본이라도 어느 도면의 몇 판인지는 반드시 표시되어야 합니다. 이게 없으면 나중에 '어느 도면 기준이었냐'로 분쟁이 생깁니다.
그리고 '발췌본'임을 명시하세요. 받는 쪽이 이걸 전체 도면으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본 자료는 ○○도면의 일부 발췌본이며, 정식 도면은 별도 관리됩니다' 정도의 문구를 넣으면 오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도면 파일은 특히 외부 유출에 민감합니다
성적서보다 도면이 훨씬 민감합니다. 도면은 그 자체가 회사의 기술 자산입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가 도면 파일의 외부 전송을 시스템으로 차단합니다. 사내 PC에 정보유출방지(DLP) 프로그램이 깔려 있어, 웹사이트에 파일을 첨부하려 하면 아예 막히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외부 온라인 도구를 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규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제공하는 도구나 사내에 설치된 프로그램을 쓰는 게 원칙입니다. 편의를 위해 보안을 우회하려는 시도는 하지 마세요.
개인 PC에서 개인 자료를 다루거나, 회사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라면, 파일이 서버로 전송되지 않고 브라우저 안에서만 처리되는 도구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지가 됩니다. 어느 쪽이든 회사 보안 정책이 우선입니다.
발췌본도 이력을 남기세요
누구에게 어떤 발췌본을 언제 보냈는지 기록해 두세요. 도면이 개정되면 그 발췌본을 받은 곳에 다시 알려야 하는데, 기록이 없으면 누락됩니다. 구 버전 기준으로 작업이 진행되어 뒤늦게 발견되면 손실이 큽니다.
거창한 시스템이 아니어도 됩니다. '배포일 / 수신처 / 도면번호 / 개정번호 / 발췌 범위'만 적힌 엑셀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이 한 장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을 지켜줍니다.